일단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평화의 시작은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외향성은 내향성의 특징인 깊은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넉넉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모습을 신뢰해야 한다. 내향성은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1편 글에서 말했듯이, 인류의 위대한 진보는 내향성의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경우가 상당하다. 속도감 있게 전개될 필요가 있는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내향성 직원의 깊은 통찰을 유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스케줄을 촘촘하게 계획해야 한다.
반대로 내향성은 외향성의 호전적인 추진력과 우당탕하는 가운데서도 절묘한 순발력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신뢰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내공이 쌓인 외향성 리더에게는 실전사례와 경험치가 내향성보다 양적으로 많다. 또한 이렇게 다듬어진 감각은 실수는 줄이고 유효타를 칠 확률이 점점 높게 만든다.
스타일리시한 내향성이 돼라
지금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실전 일터에서 *깍두기 문화는 없다. 억울해도 능력 본위의 시대다. 이 책에서는 내향성과 외향성의 연봉 차이도 거론하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외향성이 내향성보다 연봉도 앞선다고 한다. 먼저 외향성은 목표지향성이고, 선두에 서고자 하는 욕망의 크기가 내향성보다 크기 때문이다.
*깍두기 문화: 약하거나 연약한 친구라도 놀이에 끼워주는 문화이다. 보통 2,3살 정도 어린아이가 끼어들면 깍두기를 시켜서 우대 조치를 한다.
유튜브도 첫 클릭을 유도하는 썸네일이 중요하듯이, 일에도 적절한 포장이 필요하다. 허세가 아니다. 허세의 거품은 언젠가는 걷힌다. 그러나 알맹이가 탄탄하다면, 가만히 있어도 알아주겠지 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알려야 한다.
예전 직장에서 나영석PD의 강연을 들었다. 당시 나영석PD는 KBS에서 tvN으로 이적 후,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 등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시기였다. 강연 중 나영석PD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남다른 기획으로 유명하신데, PD님은 기획서를 승인받기 위해 어떻게 회사를 설득하시나요?"
나영석PD의 답변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이렇게 말했다.
"저의 성공사례가 설득력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해도 설득할 수 있는 힘은 성공해봤다는 증거입니다."
이 부분에서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그 성공사례를 인정한다는 박수였다. 그러나 나영석PD의 본심은 그 뒤에 나왔다.
"회사에서도 의심을 하죠. 삼시세끼 때는 이게 되겠냐? 며 계속 되물었습니다. 어디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공간에서 삼시세끼 해 먹는 걸 누가 보겠냐는 말이죠. 그들도 아직 본 적 없는 예능이니 그럴 만도 하죠.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죠. 저는 기존 성공사례를 들이밀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도 믿어달라는 말 밖에는 할 게 없었죠."
나영석PD는 자신의 성공사례를 설득의 무기로 삼았다. 국내 최고의 예능PD라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설득의 무기가 없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내향성 기질을 가진 독자들은 어떤 설득의 무기가 있는가? 일단 저지르고 본다는 막무가내 정신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뒤에서 조용히 응원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내 생각과 의견이 조용히 묻히기에는 아깝다면, 외향성들의 거친 저돌성에서 비롯된 설익은 의견보다, 차분하게 고민하고 촘촘하게 설계한 내 의견이 채택되어야 한다면, 눈길을 끄는 양념을 가미한, 스타일리시한 내향성이 되어야 한다.
내향성 기질을 가진 독자들은 어떤 설득의 무기가 있는가?
권한을 과감히 이양하라
내향성과 외향성이 각각 조직의 리더라면, 성과는 차이가 있을까? 이 책에서는 성과의 차이를 말하지는 않지만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은 다르다고 말한다. 큰 차이점이라면, 외향성의 리더라면, 조직원을 이끌고 간다. 소위 말하는 나를 따르라!이다. 권한 이양에 인색하다. 본인의 대한 신뢰감과 목표 달성의 욕구가 충만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향성의 리더는 다르다. 직원들에게 권한을 분산한다. 목표를 달성하도록 길을 열어준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향성의 특징 중, 두드러진 장점으로 이 부분을 꼽는다. 외향성은 기본적으로 권한 분산을 어려워한다. 상황을 주도하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내향성은 상황을 주도하며 끌고 가는 리더 유형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와 안정감을 선호하기 때문에, 적절한 권한 분산으로 업무가 자발적으로 진행되기를 원한다. 내가 아니어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내향성 리더가 이 부분이 잘 안 된다고 하면 일이 조직이 위험해질 수 있다. 직원과 리더가 심리적인 대치상태가 될 수 있다. 직원의 사기를 꺾을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리더는 모름지기 결정하는 자리다. 하지만 결정에 정답은 없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뿐이다. 내향성이든, 외향성이든, 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내향성 리더라면, 직원에게 권한을 분산하여, 이들의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내향성 리더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직원에게 길을 열어준다
깊은 고민보다 고민을 방향을 고민하라
1편 글에서 말했듯이, 내향성은 깊은 사색의 시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통찰을 통해 양질의 결론을 이끌어 낸다. 하지만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는 게 항상 옳지만은 없다.
만약 인류에 큰 공헌을 할 정도의 원리의 발견이나 탁월한 예술작품을 남기기 위한 고뇌라면 초인적인 통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위 다비드 조각상은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가 3년에 걸쳐 완성한, 인류에게 남긴 선물이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예술가의 인생을 바칠 정도의 공력과 헌신을 필수로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의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한 고민은, 깊음보다 방향이 우선된다. 왜냐하면 끊임없는 변수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속도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깊은 통찰 뒤에 내린 결론이라 할지라도, 그 결론이 유효한 시간이 길지 않다. 점점 짧아진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CEO가 2018년 후반기에 향후 3년을 먹여 살릴 기업전략을 구상했다고 가정해본다면, 이 CEO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기업전략을 다시 구상해야 한다.
또한, 세상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제는 2030을 하나로 묶지 않는다. 20대와 30대가 엄연히 다르다. 게다가 같은 20대에서도 20대 초반과 후반이 또 다르다. 트렌드는 갈수록 변화무쌍하다. 다시 말해, 통찰 뒤에 내린 결론이 유효한 지역이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기보다, 고민의 방향이 맞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깊은 고민은 가성비가 떨어질 수 있다. 내가 이 고민을 할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성경, 누가복음 6장 31절)
이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인간의 두 가지 유형을 가지고 말했다. 외향성과 내향성의 특징과 더불어, 서로가 보완해야 할 부분도 다루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확하게 두 가지 유형으로 설명할 수 없다. 50:50으로 섞인 사람도 있고, 80:20처럼 일부분만 다른 성향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확실한 건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 유형이 정답이 아니니 틀린 것도 없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총합이란 말이 있다. 한 사람의 모습은 수많은 과거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그 무게를 버텨온 각각의 인생을 당연히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가치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오늘의 내가 주장하는 가치관이 미래에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받아줘야 한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성경의 말씀은 정말로 진리다. 그리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 기질과 성향에서 보완할 게 있다면, 주저 말고 배우고 채워 넣기를 바란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이 세상살이 가운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를 바라며..
* 본 콘텐츠는 책 콰이어트(수전 케인 지음 I 김우열 옮김 I 알에이치코리아)를 참고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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