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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스티브 잡스➋ (월터 아이작슨 저 I 안진환 역 I 민음사)

by 할수있동 2022. 6. 29.

[iMAC] Photo by Benjamin Voros on Unsplash

 

 

집착

이 책에서 줄 곧 느껴지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집착'이다. 한 사람의 삶이 이토록 집착스러울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선택과 집중으로 위대한 제품을 향한 여정을 강조한 잡스는 사소한 것까지도 자신의 숨결이 스며들기를 원했다. 잡스의 집착스러움은 회사에서 가정에서도 한결같았다. 물론 회사는 잡스의 집착을 온전히 받아내는 곳이었다. 

 

그 집착의 방향이 잘못된 경우도 있으나, 집착의 대부분의 결과는 시대를 선도하는 제품을 만들게 했고, 인류의 진보에 공헌하게 했다. 애플은 *엔드투엔드에 누구보다 집착하는 기업이다.

 

* 엔드투엔드(End-to-End) :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한다는 의미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하여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했다. 애플 제품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소프트웨어까지 통합으로 관리한다. 외부에서 소프트웨어를 가공, 변경시킬 수 없다. 이는 폐쇄적인 면도 있다. 확장성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하지만 안정성과 보안, 그 무엇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은 수많은 애플 마니아를 탄생시키도 하였다. 반면에 개방성을 중요시한 게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는 각 스마트폰 제조사가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다. 

 

잡스는 애플의 제품을 예술작품으로 바라봤다. 타사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제품으로 남길 바랐다. 이런 멋진 제품에 엉터리 소프트웨어로 작동시키는 것을 잡스는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최고의 디자인으로 설계된 하드웨어는 그에 걸맞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했고, 그 누구도 이 소프트웨어에 손댈 수 없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개방성을 무기로 윈도를 전 세계에 확장했고, 구글은 *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시장을 넓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스는 엔드투엔드를 고집했다. 여기에 집착했다.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많은 기술 평론가가 이 같은 애플의 정책을 비판했고, 심지어 애플 내부에서도 기술적 개방에 대한 입장을 관철시키려 하였지만, 잡스는 그러한 목소리를 끝내 침묵시켰다. 

 

*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은 21년 4월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70.01%,  iOS 29.24%이다.

 

잡스는 매출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애플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남길 바랐다. 이를 위해 잡스의 집착은 죽을 때까지도 결코 변치 않았다. 사람에게는 좋은 의미로 집착이 필요하다. 포기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집착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유유자적 흐르는 대로 사는 사람은 산에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사는 이상, 우리에게는 집착하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사람의 본모습은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이 사람이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게 무엇인가로 드러난다. 여러분에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언가는 무엇인가?

 

 

[Apple Park_애플 사옥] Photo by carles-rabada on Unsplash

 

 

증명

잡스는 증명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가진 신념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다. 애플이 소비자에게 안겨주는 제품으로 증명을 했다. 잡스가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면, 잡스는 망상과 허상으로 가득 찬 사람, 자기애가 유별난 고집불통과 같은 이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잡스와 그의 동료가 만들어낸 수많은 기술적 진보와 이를 바탕으로 창조된 세계관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맥킨토시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활짝 열었고, 아이팟은 '음악을 즐긴다'를 재정의 했다. 아이폰은 인류를 스마트폰 전, 후로 구분할 정도로 파괴력이 지금도 여전하다. 그것뿐인가, 아이맥, 맥북, 아이패드 등의 위대한 제품은 수많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본인들의 역량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친절한 무기가 되어주었다.

 

증명의 힘은 대단하다. 논란을 잠재운다. 반대하는 이들을 침묵시킨다.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인재들을 끌어올 수 있는 등대가 된다. 증명이 쌓이고 쌓이면 전설이 된다. 잡스의 삶은 증명하는 삶이었고, 증명하기 전에는 항상 반대가 들끓었다. 그러나 증명 후에는 그가 옳았다고 전 세계의 소비자가 증명해 주었다.

 

 

 

끝으로, 하나 더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시그니처 대사가 있는데, 바로 "one more thing"이다. 그날의 일정을 모두 다 소화하고, 이제 끝났나 싶은 그때, 잡스는 one more thing을 강조하며 그날의 하이라이트를 발표하였다. 발표자의 흔한 기법 일 수 있지만, 청중들은 잡스의 이 한마디에 설레었고, 기대를 갖게 했다. '아직도 더 놀랠 일이 있는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잡스가 청중들에게 안겼던 감동의 원동력은 끝없는 혁신을 향한 고군분투였다. 그리고 그 기술적 진보로 인류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작임을 선언하는 감동이었다. 

 

잡스의 전기를 읽으며, 한 사람의 인생 곳곳마다 혁신이 숨 쉬고 있었음을 느꼈다. 또한 이를 이루어내기 위해 전쟁과도 같은 투쟁을 벌인 삶이었음을 보게 되었다. 모든 인생은 소중하지만, 각 인생마다의 사명의 무게감은 다르다. 잡스는 그 무거운 사명을 떠받들며 살아왔고, 그렇게 살다 갔다. 무거운 사명이지만 기쁘게 즐겼고, 기꺼이 투쟁했고, 기어이 이루어냈다.

 

잡스가 좀 더 살았다면 세상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한다. 아니다. 이미 충분하다. 한 시대의 변곡점의 정점에서 진한 점을 찍었다. 새로운 시대가 흐르고, 인재는 태어나고, 다시 또 한 시대가 저문다. 여러분은 시대에 어떤 점을 찍기 원하는가? 

 

 

* 본 글은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저 I 안진환 역 I 민음사)를 읽고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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