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슈퍼히어로 영화가 봇물처럼 밀려온다. *마블코믹스가 선두에 섰고, *DC코믹스가 뒤따르고 있다. 어쨌거나 히어로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밌다. 영웅의 성장기는 감동을 준다. 각성 - 고난 - 극복의 서사가 인간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면, 이들이 맞닥뜨려야 할 가장 큰 목적이 있다.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작게는 우리 동네의 문제, 크게는 지구의 문제까지도 해결한다.
*마블코믹스&DC코믹스: 둘 다 미국의 대표 코믹스 회사다. 슈퍼히어로물을 주로 출판하며 마블코믹스의 대표작으로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어벤져스, 엑스맨 등이 있으며, DC코믹스의 대표작으로는 배트맨, 슈퍼맨, 저스티스 리스 등이 있다. 두 코믹스사는 미국 만화 산업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출처: 나무위키).
슈퍼히어로가 초등력을 사용하든, 월등한 힘을 사용하든, 천재적인 지식을 사용하든,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슈퍼히어로 영화의 핵심이다. 살면서 누구가 여러분에게 '당신은 나의 영웅이에요'라는 말을 한다면, 당신이 그 사람의 큰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조직이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인정받는다.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인정을 넘어 더 큰 권한을 당신에게 부여할 것이다. 더 큰 문제를 잘 해결해달라는 의미로 말이다.
결국,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성실하면 주변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권한을 받았다면 조직을 위험에 빠드릴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특징 1.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뾰족하다
뾰족하다는 의미는 까칠한 성격이나 모난 성품이 아니다. 뾰족의 의미는 문제의 정확한 지점을 찍을 줄 안다는 의미다. 정확한 지점은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깊게, 더 깊게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은 학생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저 공부를 안 해서요, 게임을 많이 해서요.라고 한다면 제대로 된 문제의 지점을 찾은 게 아니다. 몇 차례 더 깊게 들어가야 한다.
왜 게임을 많이 하는가?
공부에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왜 공부에 흥미가 없는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왜 선생님의 말씀이 이해가 안 되는가?
선생님은 기초를 건너뛰고 바로 응용문제를 수업하기 때문이다.
왜 기초를 건너뛰면 이해가 안 되는가?
이 학생은 기초가 약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 학생이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게임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기초가 약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문제의 끝까지 간다. 이게 뾰족하다는 의미다. 평범한 워커들은 표면적인 수준에서 진단하지만, 그러나 슈퍼히어로 워커들은 그 끝을 본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한다.
특징 2.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본질을 안다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다. 현장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막상 일을 더 크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무언가 열심히는 하는데, 일이 수습 또는 해결이 되는 게 아니라, 더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 상황을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혼돈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본질은 단순하다.
흔히 본질이라 하면, 구석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존재, 그렇기에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들만 발견할 수 있는 미지의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간혹 있는데, 본질은 어쩌면 당연하고 매우 상식적이다. 예를 들어,
가수의 본질은 노래를 잘하는 것이다. 축구선수의 본질은 축구를 잘하는 것이다. 요리사의 본질은 무엇이겠는가? 그렇다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블로거로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 글의 본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주변에 공유할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재밌다. 편집이 깔끔하다는 나중 문제고, 독자들이 이 글에서 가치를 느껴야 한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슈퍼히어로 워커들은 본질을 보려고 노력한다. 급한 대로 수습하기보다(물론 급한 수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어떤 지점을 공략해야 실마리가 풀릴지를 깊게 고민한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당시 한국 국가대표 감독은 히딩크였다. 히딩크 감독이 진단한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문제는 체력이었다. 전문가는 의아해했다. 전혀 예상 밖에 진단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가 다른 것은 몰라도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기술이라고 봤다.
유럽의 선진 축구 기술보다 한국 축구의 기술이 뒤처지니 이 부분을 집중 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 후반 90분을 뛸 체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선수들의 기술은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도리어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한국 국가대표의 기술축구를 높게 샀다.
다만, 축구경기의 특성상, 폭발적인 달리기와 빠른 회복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체력이 부족하다고 여긴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 국가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붕대까지 두르며 투혼을 발휘할 체력인 아닌, 진짜 축구경기에 맞는 똑똑한 체력이 필요한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여전히 한국의 슈퍼히어로다. 당시 한국의 큰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당시의 전 국민적인 감동의 여운은 계속되고 있다.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한번 못한 나라가, 월드컵 개최를 했으니,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무조건 축구를 잘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스스로를 탈아시아 수준이라며 선진 축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지 꽤 지난 시점이었다.
한국 축구의 역사는 히딩크 감독의 '본질을 제대로 짚은 진단'으로부터 시작됐다.
한국 축구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다
특징 3.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신념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신념은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어쩌면 실제와 동떨어진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신념은 강력한 문제 해결의 동력을 제공한다. 신념은 한 사람의 정체성이자,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YES or NO를 판단하는 기준이자, GO or STOP를 가르는 도구다.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해도, 결정권자의 신념과 배치된다면 최적의 솔루션도 힘을 쓰지 못한다. 간혹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쉐가 있는데, 우직한 전통기술 보유자 스승(또는 아버지) VS 현대적 감각의 트렌디한 제자(또는 자녀)다.
전통기술을 고수하며 시대를 따라가지 않는 우직한 스승은 제자에게 항상 강조한다.
"좋은 재료를 아끼지 말라.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스스로는 속이지는 못한다."
제자는 늘 그 반대다.
"시대가 변했다. 스승의 전통방식으로는 큰돈을 벌 수 없다. 스승님도 신념을 꺾고 조금은 양보해야 한다. 결국 이게 다 스승을 위한 길이다."
이때 꼭 제자는 스승에게 신념을 꺾어달라고 한다. 그만큼 신념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넘어 기나긴 인생 여정에 새겨진 문장과 같다. 하지만 신념은 문제 해결의 큰 원동력이 된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신념은 리스크를 줄인다. 멀리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살아남게 한다.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최상의 재료가 아닌 가성비 좋은 적당한 재료를 사용했다면, 당장은 매출 상승의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 하락, 단골손님 이탈, 부정적인 입소문 증가, 리스크 관리 비용 증가 등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제자가 스승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당장은 큰 폭의 매출 상승은 기대할 수 없지만, 업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한 채, 현대적 감각의 마케팅,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제품 세분화 전략 등으로 기회를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전하고 발전적인 신념의 소유자는 멀리 돌아갈 수는 있어도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생존하게 한다. 악순환에 빠진 제자는 의미 없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멈추고, 가성비 좋은 재료에서 최상의 재료를 취급하는 거래처로 바꿔야 한다. 그게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자 유일한 해답이다.
정리하자면
일을 잘한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작은 문제, 큰 문제가 있을 뿐이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확한 문제 지점을 찾고 진단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진단할 때는 뾰족하게 계속 파고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 스스로 건전하고 발전적인 신념을 가져야 한다. 멋진 신념은 돌아가게 하지만 결국은 살아남게 한다. 이기게 한다.
일을 정말 잘한다는 건 결국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다
<끝>
* 본 글은 [기획은 2형식이다(남충식 지음, 휴먼큐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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