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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스티브 잡스➊ (월터 아이작슨 저 I 안진환 역 I 민음사)

by 할수있동 2022. 6. 29.

[책표지] 출처: 교보문고

 

 

2009년 스티브 잡스(이하 '잡스')는 암투병으로 두 번째 병가를 냈다. 2004년부터 월터 아이작슨(이하 '아이작슨')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써주길 바랐던 잡스였다. 월터 아이작슨은 2004년 당시, 잡스의 경력이 최정점이 아니라고 봤다.

 

향후 더 드라마틱한 굴곡과 성취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나 자서전을 써야 한다고 말했지만 잡스가 암투병을 중임을 듣고 그의 자서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이작슨은 잡스와 40여 차례의 인터뷰, 100여 명이 훌쩍 넘는 잡스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까지 진행하였다. 잡스의 내면의 소리까지 세심하게 청취하였다. 다시는 없을 불같이 맹렬했던 한 사람의 위대한 인생을 이 책으로 남겼다. 리뷰를 통해 잡스의 삶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기를 바란다.

 

 

나는 전쟁을 치를 수 있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이처럼 애틋하게 읽어본 게 처음이다. 아이작슨은 책 말미에 잡스를 맹렬한 사람으로 기록한다. 책 곳곳에서 잡스는 전쟁을 치렀다.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쟁을 불사했다. A급 인재만을 애플에 남기기 위해 '머저리'로 분류되는 직원은 가차 없이 해고시켰다. 인간관계의 훈훈함은 미련 없이 버렸다. 물론 때로는 따뜻한 감성이 없지는 않았지만 잡스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데 방해되는 모든 것을 훼방꾼이라 여겼고, 자비 없이 훼방꾼을 공격했다. 

 

잡스는 애플의 유산을 위해 전쟁을 치렀다. 단순함,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 디자인을 포함하여, 특유의 애플스러운 철학이 본인 사후에도 굳건히 유지되기를 바랐다. 유지를 넘어 더 깊게 스며들기를 원했다. 

 

잡스의 리더십은 많은 논란이 있다. 특히, 사람과 관계를 맺는 부분에서 잡스의 리더십은 많은 인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때로는 극도의 대립도 있었다. 하지만 애플의 결과물에는 논란이 없다(물론, 기술적 생태계 관점에 따라 호불호는 여전하다). 인류의 진보에 공헌했음을 인정한다. 삶의 질을 끌어올린 사람으로 인정한다. 

 

잡스는 '집중'과 '버리기'에 집착했다. 위대한 제품을 향한 여정에 집중할 것과 버릴 것이 명확했다. 집중의 대상은 A급 인재, 기술, 디자인, 사용자 경험, 세상을 바꾸는 비전이었고, 버릴 것은 사용자 경험의 복잡함, 머저리들, 못 생긴 디자인, 그리고 본인이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었다. 잡스는 좋은 사람이 아닌 세상을 바꾼 혁명자이길 원했다. 그 여정에 모든 것을 다 품을 수는 없었다. 남길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려야만 갈 수 있는 길이었다.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 잡스는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고, 전쟁을 즐겼으며,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여러분은 어떤가? 인생을 전쟁처럼 살 수 있는가? 노력의 의미가 아니다. 내가 품은 가치와 목표를 향해 곧장 달릴 수 있는가? 그리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릴 수 있는가?

 

 

창조력의 근원 - 연결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말은 진짜다. 그 누구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위대한 예술 작품을 남긴 천재들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진 않았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어떻게 저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가 하고 느끼지만 미켈란젤로도 떡 주무르듯이 깎아낸 대리석을 만들지는 못한다.  인류사에 남길 뛰어난 영화나 책을 만들 수 있지만, 감독이나 작가는 다방면의 수많은 자료를 활용하여 작품의 바탕을 설계한다. 그 무엇도 '짠' 하고 한방에 태어날 수 없다.

 

미켈란젤로는 대리석에 신앙과 기술을 연결했다. 대리석은 돌이지만, 돌을 다듬는 기술을 연결하면 그릇이 되고, 의자가 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앙과 연결하니 대리석은 돌을 넘어 인류사의 위대한 작품이 된 것이다.

 

[피에타] Photo by grant-whitty on Unsplash

그렇기에 잡스는 창조력의 근원을 연결이라고 믿었다. 발전 가능성이 큰 기술들을 연결하고, 엮어냈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을 알아보는 눈이다. 오늘날 흔하디 흔한 PC 바탕화면의 모습(아이콘으로 프로그램을 실행, 마우스로 동작을 제어하는 것 등)은 애플의 *맥킨토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애플도 이를 개발하지 않았다. 잡스는 제록스(Xerox)의 팔로알토연구센터(PARC)가 개발한 기술을 단번에 알아보고 이를 애플 제품에 스며들게 한 것이다. 제록스는 기가 막힌 기술을 개발하고도 어떻게 활용할지 몰랐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잡스는 이 기술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봤다. 

 

* 매킨토시 : 애플이 디자인, 개발, 판매하는 개인용 컴퓨터의 제품 이름이다. 1984년 1월 24일 처음 출시된 매킨토시는 당시 유행하던 명령 줄 인터페이스 대신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를 채용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였다(출처: 위키백과).

 

정리하자면,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확대될 것을 예견했다. 하지만 당시의 컴퓨터는 무겁고, 비싸고, 사용하기 복잡했으며, 컴퓨터 마니아층 외에는 크게 매력적인 도구가 아니었다. 잡스는 제록스의 기술을 컴퓨터에 접목하면 일반 대중까지도 컴퓨터의 진가를 알아본다고 생각했다. 컴퓨터와 대중 사이에 그 무언가의 점이 필요하다고 봤다. 잡스는 그 점을 봤고, 과감히 실행하였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점을 본다. 수없이 그냥 지나치는 점 중에서, 가치 있는 점을 알아보는 게 쉽지 않다. 가치 있는 점을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은 우직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더 나은 방향은 없는지,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 머릿속을 채우는 것이다. '유레카'는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더 이상 채울 수 없어서 넘칠 때 외치는 것이다. 

 

 

* 본 글은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저 I 안진환 역 I 민음사)를 읽고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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