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정체성. Simple
스티브 잡스(이하 '잡스')는 곧 애플이었고, 애플은 곧 심플 그 자체였다. 누구나 심플스러운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다. 심플, 즉 단순한 제품은 흉내를 낸다고 만들 수 있은 게 아니다. 뼛속까지 심플한 인간이 각 잡고 만들 때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잡스는 이 심플에 집착한 사람이었다. 잡스의 전기를 보면, 여러 계기를 통해 단순함에 다가서는 장면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잡스 과거를 돌아보기 보다는 위 제목처럼 지금도 심플, 즉 단순함이 먹히는지 나눠보겠다.
한 사람만 설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잡스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잡스는 화제의 중심에 설 줄 알았고, 제품, 브랜드, 마케팅, 기술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숨결을 불어 넣는 방법을 알았다. 한편에서는 선지자로 평가받기도 했고, 잡스의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에 전 세계의 수많은 애플 팬들은 열광했다.
이렇기에 흔히 잡스의 일당 독재로 애플이 굴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한 방송의 인터뷰에서 사회자는 잡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잡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연히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며 우리는 아름다운 언쟁을 한다"
"그 언쟁에서 매번 이기지도 않는다. 나도 이겼으면 좋겠다"
사회자 또한 잡스의 일당 독재식 경영방식을 염두하고 질문한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잡스의 독보적인 카리스마가 장내를 장악한 게 아주 틀린 것은 아니나 그 거대하고 첨단을 다루는 기업이, 게다가 탁월하고 훌륭한 인재들을 데리고 일당독재 경영방식을 고집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애플은 잡스 한사람이 설쳐서 만들어진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애플은 잡스 한 사람이 설쳐서 만들어진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잡스는 사람을 휘어잡은 게 아니고 문화를 휘어잡았다
잡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그 자리에서 해고당한 직원의 이야기가 있다. 형편없는 아이디어에는 가차 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그 아이디어를 제공한 당사자를 쫒아내기도 한 일화는 실제이기도 하다. 상당히 괴팍하고 심지어 인격적 결함으로까지도 보이는 이런 모습은 기행적인 행동을 일삼았던 잡스의 과거와 맞물려 잡스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렇기에 잡스는 사람을 휘어잡은 괴짜 경영자로 인식되곤 하는데 잡스는 사람인 아닌 애플 문화를 휘어잡았다는게 더 맞는 말이다.
잡스는 심플, 단순함을 철저히 신봉하는 인물이었다. 잡스의 표현에 따르면, 집중이라는 것은 YES를 하는게 아니라, NO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잡스가 생각하는 심플은 가장 좋은 것 하나를 남기는 게 아니라, 쓸모없는 것을 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아니다 싶으면 철저히 버리는 것이었다. 적당한 수준을 넘어 극단적인 단순함을 유지하기를 원했다.
제품 하나하나가 이런 과정으로 탄생하고 완성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랐다. 잡스는 애플에 *복귀 후, 수많은 제품 라인업을 매몰차게 버리고 남길 것만 남겼는데, 이때 잡스는 일반인용, 전문가용으로 제품을 재구성하였고, 애플의 자원이 여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버릴 것을 과감히 버릴 때, 비로소 목표가 명확해진다.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위치에 깃발을 꽂는 게 아니라 동일한 위치에 꽂힌 한 개의 깃발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애플 같은 위대한 회사도, 잡스같은 전설 같은 경영자도 전능자가 아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세상 모든 자원을 다 활용할 수 없다.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잡스는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애플의 자원을 한 점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 한 점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잡스는 이 문화가 애플 구석구석 가득하길 원했다. 잡스 특유의 성질머리는 그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뻗어 나왔을 것이다. 목표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그 점에 다다르지 못하는 사람은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잡스는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경영상 마찰로 물러났다가, 12년 만에 다시 복귀하였다.
집중이라는 것은 YES를 하는 게 아니라, NO를 하는 것이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은 뽑지 못한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후로 독보적인 IT기업이 되었다. 그전까지 애플은 전문가(디자인, 영상 등) 집단이 선호하는 회사였다. 아이폰은 그야말로 인류의 삶의 질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마트폰 인류를 만들어냈다. 아이폰 이후 세계적인 전자 기업도 스마트폰을 출시하였다. 22년 올해가 아이폰 출시 '15주년' 이 되는 해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성장하였지만, 22년 3월 기준으로 프리미엄(4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60%(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다. 2위인 삼성전자는 *17% 다.
비록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만 놓고 집계한 점유율이지만 압도적인 우위다. 물론, 회사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상이하기에 애플의 경영방식만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 이후, 애플이 세상에 내놓는 제품 라인업과 애플 생태계 안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방식은 다른 회사가 흉내를 낼 수도 없고,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심플, 즉 단순함이 경영 전반에 녹아들게 하는 건, 흉내낼 수 있는게 아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하다.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게 아니다. 중요한 건, 실행이다. 이 실행이 흉내만 내는 것이냐, 진짜냐의 기준이다. 전사적인 목표가 또렷하게 보여야 하고, 전사적인 목표를 위해 불같은 투지로 실행해서 움직일 때, 그때 서야 단순함의 배가 출항한 것이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고, 누구나 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생각과 말이 허공에 맴돌지 않고 현실로 발을 붙이게 하는, 즉 결과물을 뽑아내는 건 아무나 하지 못한다.
* 22년 3월 기준, 스마트폰 시장 전체 점유율은 1위 삼성전자 24%, 2위 애플 15% 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 본 글은 유튜브의 스티브 잡스 인터뷰 및 [미친듯이 심플(켄 시절 저, 문학동네)],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저, 민음사)]를 참고하였습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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