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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은 여전히 유효한가? - ➋ (feat. 스티브 잡스의 유산)

by 할수있동 2022. 6. 21.

 

Photo by alexander-shatov on Unsplash

 

심플 원칙 1.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의 집단

구글, 페이스북 등 지금은 거대한 기업이지만, 이들의 처음은 미친 열정으로 가득한 똑똑한 사람들의 소규모 집단이었다. 그러나 내부 직원이 늘어남에 따라 당연히 관리를 하고, 관리를 받는 조직으로 변해간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 그룹과 그 외 그룹 간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뉴스에서는 스타트업 정신을 잃어버리고 대기업화가 되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한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조직 구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흔히 스타트업은 빠른 의사결정, 목표를 향한 전사적인 집중력을 강점으로 본다. 반대로 대기업은 복잡한 위계질서로 대표되는데, 이는 느린 의사결정과 책임회피로 이어진다. 

 

잡스는 이 부분을 혐오할 정도로 싫어했는데, 2010년 디지털 콘퍼런스의 인터뷰를 보면, 애플은 위원회가 한 개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은 의사결정 과정에 쓸데없이 참견하고, 책임지지 않는 비효율적인 조직 자체를 애플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두뇌들이 많으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까? 잡스는 결코 아니라고 봤다.

 

두뇌들이 많은 것은 의미가 없고,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이 일해야 애플이 잘 굴러간다고 생각했다. 그 잘나고 똑똑한 사람의 결정을 신뢰했다. 때로는 잡스가 생각하는 S급 인재의 기준이 한결같지 않을 때도 있었다. 칭찬과 비난을 하루 만에 번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1000명의 좋은 인재보다 100명의 뛰어난 인재, 그보다 10명의 슈퍼급 인재를 원했고, 그 작은 단위의 정말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즐겼다. 

 

 

두뇌들이 많으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까?

 

 

심플 원칙 2. 단순한 위계질서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의 집단에 이어 잡스가 끝가지 고수한 경영원칙은 단순한 위계질서다. 이 부분은 사실 잡스의 기질과도 관련이 있는데, 잡스는 의사결정의 통제권을 전방위로 휘둘렀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굵직한 결정사항에 관여하고, 나머지는 각 부서의 관리자에게 위임하게 되는데, 잡스는 사소한 것 까지도 자신의 통제권 아래 두기를 원했다.

 

심지어 애플 제조공장의 벽면을 어떤 컬러로 페인트칠을 해야 할지, 제품 박스는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 등 잡스는 자신의 경영철학이 애플의 구석구석에 스며들기를 원했다. 그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피로하였고, 이를 참지 못하고 애플을 떠난 직원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위계질서가 가진 강점이 있다.

 

1. 본질로 빨리 갈 수 있다(아이디어가 훼손되지 않는다)

2. 의사결정이 빠르다(책임소재가 분명하다)

3. 실행사항을 볼 수 있다(일이 밀리지 않는다)

 

위 3가지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복잡한 위계질서를 거칠수록 아이디어 본래의 신선함은 사라진다. 책임을 1/n씩 나눠갖기 때문이다. 단순한 위계질서는 책임을 소수의 사람에게 몰아준다. 당사자는 큰 부담감으로 느낄 수 있지만 [심플 원칙 1]에서 봤듯이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의 집단이 맞다면 이를 기꺼이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개인적으로 좋은게 좋은 거라는 말을 상당히 싫어하는데, 이 말은 그럴듯한 평화로 포장되어 있지만, 모든 사람을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한다. 경영은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가장 그레이트 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 그레이트 한 선택도 빗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많은 옵션 중에서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고, 이를 야수 같은 실행력으로 끌고 가려면, 확실하게 가다듬어진 아이디어 선별, 그리고 빠르게 채택, 끝으로 이를 책임지고 실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복잡한 위계질서에서는 이런 흐름이 불가하다. 누군가는 하겠지 분위기 안에서 손을 번쩍 든다는 게 쉽지 않다. 잡스는 단순한 위계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그 단순한 위계질서의 핵심에는 조너선 아이브(애플 전 최고 디자인 책임자), 팀 쿡(현 애플 CEO)과 같은 인물들로 꽉 꽉 채웠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은 모든 사람을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한다



Photo by scott-graham on Unsplash

 

심플 원칙 3.  위대한 제품

임시 CEO로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와 악연을 끊어낸다. 지금 우리가 보는 컴퓨터 바탕화면은 애플의 *작품이다. 아이콘을 통해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행위, 이를 가능케 한 *마우스의 보급은 애플의 공로다. 

 

* 작품이란 의미는 이를 대중적으로 상용화하여 컴퓨터를 발전, 보급시켰다는 의미가 크다. 기술개발은 애플이 하지 않고 제록스(Xerox)의 팔로알토연구센터(PARC)가 하였다. 잡스는 제록스를 방문하여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raphical User Interface, GUI) 기술을 본 뒤, 향 후 모든 컴퓨터가 미래가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제록스가 보여준 기술은 잡스의 표현에 따르면 허접했지만, 잡스는 가능성을 꿰뚫어 봤다.

 

*마우스 또한 제록스(Xerox)의 팔로알토연구센터(PARC)가 개발하였다.

 

당시로써는 혁명에 가까운 컴퓨터 운영체제였다. 왜냐하면 개발자처럼 명령어를 입력하여 구동시키는 컴퓨터가 직관적인 아이콘과 마우스로 구동시킨다는 게 천지개벽할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MS가 그대로 베낀 것이다. 그게 윈도우다. 결국 잡스도 제록스를 베끼고, 빌 게이츠(이하 '빌')도 애플을 베꼈다.

 

이를 계기로 잡스와 빌은 결코 좋은 관계가 될 수 없었는데, 12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MS의 오피스용 소프트웨어가 애플컴퓨터에서 작동되어야만 하는 현실에 빌과 악연을 끊고, 손을 잡게 되었다. 1997년 당시, MS 윈도우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빌과 극적인 타결을 하고 잡스는 빌에게 말했다.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네요"

 

잡스도 돈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애플을 살려야 했다. 더 살기 좋은 세상만을 위해 MS와 협상한건 아니겠지만, 잡스의 전기를 보면 심플한 목표가 잡스를 이끈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위대한 제품이다. 이를 위한 잡스의 고군분투가 인류에게 큰 기회와 행복을 안겼다. 목표가 명확한 자는 군더더기가 없다. 불필요한 시간, 행동을 버린다. 쉽게 갈 수 있는 우회도로를 찾지 않는다. 길을 만들어서라도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네요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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